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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의미

어린왕자 중

잘 가. 이제 내 비밀을 가르쳐 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세상을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거지. 제일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네가 그 장미꽃에 바친 시간 때문에 그 장미꽃이 그렇게 중요하게 된거야.”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버리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네가 책임을 지게 되는 거야. 너는 네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어.”

 

쎙떽쥐베리의 우화적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린 왕자와 여우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경쟁사회 속에서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며 마음속 깊이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인간은 나약하고 외로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소망을 지닌다. 여우가 말하듯이 길들이기를 통해 친밀한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고자 하는 깊은 갈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러한 소망과 갈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토양이 아닙니다. 현대사회에서 깊이 있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은 외로움을 안고 삽니다.

살아가면서 고독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노라면 누구나 고독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나는 혼자다. 나에게 진정으로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주는 사람은 없다.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말 믿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밀려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밀려들면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해집니다. 사는 것 자체가 공허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위 고독을 느끼게 되는 것 입니다. 더구나 다들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데 나만 이렇게 외톨이가 되어 괴로워한다고 생각되면 고독은 더욱 참기 어려운 고통으로 느껴집니다.

고독은 현대인이 공통적으로 겪는 마음의 병입니다. 실제로 미국인의 경우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는 상당한 정도의 고독감을 느낀다는 조사 자료가 있습니다. 실존심리학자인 메이는 현대인들이 산업문명의 중독으로 거대한 사회구조의 노예가 되어 인간상실과 자아상실의 이중적 고통 속에서 고독과 공허감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진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인의 심리적인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고 있는 상담 및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고독감과 외로움으로 고통 받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매년 연말이면 외로워서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나만 홀로 불행한 채로 남겨진 듯한 불행감이 밀려들고 삭막한 광야에 홀로 버려진 듯한 소외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게 되면 때로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심지어는 자살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현대인은 고독해지기 쉽습니다. 현대사회의 여러 가지 특성이 인간을 고독하게 만듭니다. 그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현대사회는 조직화되고 거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거대한 조직사회 속에서 개인의 역할은 점점 더 왜소해지고 따라서 개인의 존재가치와 존재의미는 점점 미약해져 갑니다. 개인은 거대한 조직사회 속에 파묻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둘째, 현대사회는 효율성과 신속성을 강조하는 경쟁사회입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사는 사람은 늘 바쁘고 여유 없이 업무에 쫒기며 삽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과 정성을 기울일 시간적 여유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만나고 부딪히는 사람들은 실질적인 또는 잠재적인 경쟁 상대이기 때문에 속마음을 나눌 수가 없습니다. 셋째, 현대사회는 다원화된 사회입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관, 사회정치적 신념, 생활양식, 기호, 취미 등이 다양해짐에 따라 사람들 간의 공통분모는 감소하고 대립되는 갈등의 요소가 증가합니다. 개성은 발달하지만 함께 같이 나눌 수 있는 공통성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공통적인 관심을 함께 나눌 사람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넷째,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물질적 가치가 강조되고 따라서 정신적 가치가 경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재물, 권력, 지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러한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재원을 투자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한 교제와 따뜻한 애정을 나누는 일은 상대적으로 경시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물질적 가치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생겨납니다. 이런 풍토에서는 진정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고독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인의 삶 속에는 진정한 인간적인 만남의 기회가 점점 줄어만 가고 현대인은 점점 고독해집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고독해질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불행해질 가능성이 많은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관심을 두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의 형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고독이라는 불행의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삶의 무의미와 공허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현대는 어느 시대보다도 인간관계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하고 친밀한 인간관계의 형성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