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인간관계 속에 던져집니다. 그리고 인간의 삶은 인간관계 속에서 펼쳐진다. 삶 속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주요한 과제는 함께 살아가야 할 여러 영역의 사람들과 불필요한 갈등 없이 친밀하고 협동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 입니다. 즉, 삶의 문제는 인간관계의 문제로 귀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관계, 즉 ‘사람과 사람 사이’는 미궁과 같이 매우 복잡하고 오묘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미궁 속에서 헤매며 인간관계 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합니다. 인간의 심리적 갈등과 고통의 대부분은 이러한 인간관계 문제에서 파생되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갈등과 다툼이 존재하고 따라서 미움과 증오가 생겨납니다. 인간관계에서 사랑과 애정의 욕구는 흔히 좌절되기 마련이므로 우울, 불안, 절망을 경험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따돌림 당하는 것처럼 괴로운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독과 소외를 두려워합니다. 이러한 미움과 증오, 우 울과 불안, 고독과 소외, 배신과 거부, 시기와 질투 등 수없이 많은 심리적 함정이 인간관계 속에 숨어 있습니다.
다른 한편, 인간관계는 만족과 행복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서로 신뢰하고 사랑과 애정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부모로부터, 교사로부터, 친구나 동료로부터, 이성으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을 때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로 느껴지고 인생이 살 만한 것으로 느껴져 우리는 뿌듯한 행복감에 젖어들게 됩니다.
이처럼 인간관계는 개인에게 있어서 행복과 불행의 원천이 됩니다. 나아가서 인간관계의 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도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의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회의 구성원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이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간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갈등과 대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회적 장치들이 고안되고 적용되어 왔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종교, 철학, 도덕, 사회적 사상, 정치경제적 이론은 인간의 행복한 삶과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인간 관계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회구성원의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하며 구성원 모두의 행복과 만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은 모든 사회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여러 성현과 사회적 사상가들이 인간의 심리적 속성을 밝히고 인간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개인적 또는 집단적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사회는 그 구성원인 개인들 간의 관계로 구성됩니다.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는 성숙하고 효율적인 인간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성숙한 삶과 건전한 사회의 구현에 관심을 두는 종교, 철학, 도덕체계에서는 올바른 인간관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기독교에서는 ‘사랑’을 강조하고 불교에서는 ‘자비’를 귀중하게 여기며 유교에서는 인간관계의 기본적 규범인 ‘예’를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랑, 자비, 자유, 평등, 정의 등의 가치는 평화롭고 복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인간관계의 덕목으로서 강조되어 온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관계의 문제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의 질서와 안정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속성을 지닌 인간 간의 관계에서는 갈등과 투쟁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갈등과 투쟁은 한편으로 인간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경우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다툼에 휩싸이게 하고 때로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소모적이고 파괴적일 수 있는 불행한 인간관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이기적 욕망과 자기중심적 속성을 깊이 자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이기적 욕망과 자기중심적 속성을 잘 다스려 조절된 형태로 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성숙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자기 이해와 자기 조절이 중요합니다. 인간관계는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므로, 성숙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그 대상이 되는 주요한 타인, 나아가서 인간 일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타인은 어떤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반응하며, 나의 말과 행동이 그에게 어떤 영향과 변화를 주는지 등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인간관계는 더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됩니다. 또한 인간관계에서는 인간 개개인의 특성 그 이상의 독특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각자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 상호작용하며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는 여러 가지 법칙이 작용하는 복잡한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관계의 속성과 과정에 대한 이해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사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성숙한 인간관계의 필수조건입니다. 이해는 실천을 위한 밑거름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인간관계의 개선을 위한 실천적 노력이 이루어질 때, 우린의 인간관계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 입니다. 친밀하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관심과 더불어 실제적인 노력과 훈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열매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