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간관계는 인생의 발달단계에 따라 변화한다. 인생의 발달단계에 따라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고 경험하게 되는 인간관계의 양상도 달라집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평생 동안 경험하게 되는 인간관계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1) 유아기의 인간관계
우리는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가족관계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출생과 더불어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됩니다. 무력한 존재로 태어난 신생아는 전적으로 부모의 보호와 양육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양육가정에서 부모자녀관계가 발전합니다. 이러한 부모자녀관계는 한 인간의 성격형성에 중요한 바탕이 됩니다. 태어날 당시의 가족적 상황이나 부모의 성격적 특성과 양육방식이 성격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뿐만 아니라 신생아는 고정된 성격특성을 지니고 태어나지는 않지만 독특한 반응경향성, 즉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나다는 것이 발달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예를 들면, 사소한 소리에 예민해서 잘 깨고 놀라 우는 아이가 있는 반면, 소란스런 상황에서도 잘 자고 밤새도록 한 번도 깨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젖을 먹고 잠을 자고 배변을 하는 생활패턴이 매우 규칙적인 아이가 있는 반면, 매우 불규칙하여 부모의 애를 먹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유아기의 부모자녀관계는 유아의 기질적 특성과 부모의 성격적 특성이 상호작용하는 매우 미묘한 관계입니다. 이러한 관계에서 부모가 나타내는 반응방식이 유아의 성격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나아가서 성장 후의 부모자녀관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신생아는 태어남과 동시에 형제자매의 관계 속에 들어가게 됩니다. 먼저 태어난 형이나 누나가 있는 경우에는 동생으로서,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함께 나누어 가져야 하는 보다 복잡한 역동적 가족관계 속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형제 자매관계는 한 인간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되는 인간관계입니다. 형제자매관계는 같은 부모의 피를 나눈 가장 친밀한 혈연관계로서 다른 인간관계보다 더 강한 정서적 유대와 친밀감을 형서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형제자매관계에는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나누어 가져야 하는 경쟁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형제간 경쟁은 형제의 수나 서열 그리고 부모의 태도에 따라 복잡한 양상을 나타낼 수 있으며 성격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생과 더불어 친족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소속되게 합니다. 친가와 외가에 속하는 여러 친인척들과의 관계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핵가족화되어 가는 경향이 강하고 집안마다 친인척과의 친밀도가 다르지만 한국사회에서 친인척관계는 중요한 인간관계의 영역입니다. 신생아는 조부모, 삼촌, 고모, 이모, 사촌 등 여러 친족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2) 학령전 아동기의 인간관계
신생아가 3~4세의 아동으로 성장하면 신체적인 운동기능의 발달과 더불어 활동반경이 확대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는 언어능력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의사소통 능력이 증대됩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동은 집 밖으로 나가 놀게 되고 집 근처의 같은 또래 아동들과 초보적인 교우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발달심리학의 연구에 의하면, 아동은 같은 연령대의 또래에게 깊은 관심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여러 연령대의 얼굴사진을 아동에게 보여 주면 같은 또래의 얼굴사진에 가장 깊은 관심을 보이며 오래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인간의 얼굴모습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얼굴 전체 면적에서 이마가 차지하는 면적이 줄어드는 반면 눈코입이 차지하는 영역이 점점 커지는 영향이 있는데, 어린 아동들은 이러한 단서를 활용하여 어른의 얼굴과 아이의 얼굴을 잘 변별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시기의 아동은 같은 또래와 여러 가지 놀이를 하게 되고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며 최초의 교우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이러한 교우 관계의 폭과 깊이가 증대되고 사회성이 발달됩니다. 흔히 소꿉친구, 골목친구, 죽마고우라고 부르는 친구들이 이 시기에 형성된 친구들을 일컫습니다.
3) 아동기-초등학생의 인간관계
우리나라에서는 만 7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초등학교의 입학은 아동의 인간관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됩니다. 우선 교우관계가 양적으로 급격하게 증대됩니다. 같은 학급 또는 학교에 소속된 많은 또래아동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교우관계의 질도 변화합니다. 인지적 능력이 발달하고 감정의 세분화가 진행됨에 따라 교우관계가 이전 시기에 비해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됩니다. 친구를 외모, 운동능력, 학업성적,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선별하여 사귀고 함께 어울리는 또래집단을 형성합니다. 또한 학업능력이 평가되는 학교상황에서는 학업성적에 따라 우월감과 열등감을 경험하게 되며 자의식이 생겨나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초등학교 입학과 더불어 교사라는 새로운 양육자와 관계를 맺게 됩니다. 배우며 따르고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과의 교류 속에서 초보적인 사제관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흔히 이 시기에 이사나 전학을 하게 되면 안정된 교우관계나 선생님과의 관계를 떠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아동의 인간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기도 합니다.